# 결혼 후 지금 집에 살게 된 지 어언 4년이 되어간다. 만든 지 20년이 넘어가는 구축 아파트이지만 우리 가족이 살기에는 평수도 괜찮고 이래저래 큰 문제없이 살고 있다. 다만 아파트 연수가 오래되서인지 몇몇 장치들이 낡아서 망가지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올해 그런 잔고장들이 많이 생겼는데, 대부분이 내가 스스로 수리를 하고 있다. 집안의 장치들이 고장 나면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또 직접 수리하고 나면 그만큼 뿌듯한 일도 없더라. 진짜 유튜브로 조금만 찾아봐도 자잘한 고장들은 다 직접 수리나 교체를 할 수 있다. 내 경험담을 보고 자신 있게 도전해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본다.
1. 우리 집 싱크대 천장 쪽 서랍은 위로 올려서 여는 식인데, 어느 순간부터 서랍을 지탱해주는 쇼바가(쇼바라는 단어를 이게 고장 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고정이 안되더라. 조심해서 사용하면 큰 지장은 없지만, 서랍을 닫을 때 소리가 크게 나기도 하고 실수로 손이 미끄러지면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수리를 하기로 결심했다.
말이 수리지 사실상 쇼바만 교체하면 되는 일이었다. 주의할 건 쇼바의 사이즈와 지탱하는 무게가 천차만별이니 자기가 그전에 사용했던 쇼바의 치수와 무게를 정확하게 확인하길 바란다. 원래 우리 집에서 쓰던 쇼바는 이제는 단종된 건지 검색도 안 되는 브랜드였고, 때문에 무게만 맞춰서 새로 주문을 하였다. 기존에 사용한 쇼바보다 길이는 조금 짧지만, 이제는 한번 서랍을 올리면 잘 고정이 되기 때문에 다칠 염려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2. 내 방 스위치는 내가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헐렁거렸다. 어차피 나 혼자 쓰는 거라 불편함이 없어 그대로 살고 있었는데, 한 3년 그렇게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안에 있는 시멘트가 먼지처럼 나오고 그러더라. 아이도 있으니 이래저래 고치는 게 나을 것 같아 유튜브를 또 열심히 검색했다. 찾아보니 스위치를 넣는 구멍 안에 스위치와 벽을 고정시키는 플라스틱이 있는데, 이게 마모되어 나사가 헐렁해지며 생기는 현상이었다. 안의 고정장치를 아예 쇠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나는 그것보다 간단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플라스틱이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사에 비닐호일을 감아 못의 두께와 마찰력을 증가시켜 다시 고정시키는 방법이었다. 생각보다 한 번에 고정이 잘되어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 정석적인 방법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두어 달이 지난 지금까지 단단하게 잘 고정되어 있어 아주 마음에 든다.
3. 또 하나의 과제는 현관문 도어스토퍼 교체였다. 도어스토퍼가 고장 난 건 아니었지만, 고정시킨 후 원상복귀를 하려면 쪼그려 앉아 손으로 들어 올려야 하는 게 너무 불편했다. 찾아보니 발로 버튼을 누르면 저절로 올라가는 도어스토퍼가 있어 냉큼 다이소에 가서 구매했다.
근데 결론적으로 나는 잘못된 도어스토퍼를 구매했다. 다이소에 가서 눈에 보이는 것 아무거나 구매했는데, 우리 집 도어스토퍼와 사이즈가 달랐던 것이다. 사이즈가 다른 경우 문에 새로 구멍을 뚫어 나사를 고정해야 하는데 그러면 너무 일이 커질 것 같더라. 그래서 아깝지만 사이즈가 맞는 도어스토퍼를 새로 구매하여 설치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이소 꺼라 5천원 정도밖에 안 하는 거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사이즈 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준비도 안 하고 무지성으로 사서 돈을 날린 게 너무 아깝더라. 어쨌거나 지금은 교체해서 너무 편하게 잘 쓰고 있다. 아이가 있으면 꼭 바꾸길 추천한다.
# 위의 3가지는 하루에 전부 고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필요한 도구들을 사는 것까지 합치면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수리 자체가 오래 걸리는 것들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저 3가지 수리를 하고 난 후에는 새삼 후회가 생기더라. 저렇게 간단하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을 왜 방치하고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4. 어제 저녁 아이를 목욕시키던 도중 갑자기 샤워기 물이 호스로 줄줄 새면서 헤드로는 물이 안 나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도 아이를 거의 다 씻긴 후에 나타난 현상이라 아이의 목욕은 잘 마무리했지만, 뒷정리를 하면서 샤워호스를 이래저래 만져봐도 물이 새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유튜브를 찾아보니 샤워기 호스가 수전 연결부위에서 물이 새는 현상의 경우 호스에 있는 고무패킹이 마모돼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더라.
밤늦게 고무패킹을 살 방도가 없으니 일단 놔두고, 오늘 아침 안방에 있는 안 쓰는 샤워기의 고무패킹을 가져와 교체를 해봤다. 근데 여전히 물이 줄줄 새는 것이다. 결국 호스를 교체하는 것만이 답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이소에서 3천원짜리 호스를 사 와서 다시 설치해 봤다. 그런데 웬걸, 여전히 물이 새는 것이다. 순간 얼마나 멘붕이 오던지... 하지만 알고 보니 내가 호스에 딸려있던 고무패킹을 추가로 끼우지 않아서 나타난 현상이었고, 고무패킹을 끼우니 다시 샤워기가 잘 나오기 시작했다. 수도업자를 불러야 할까 깊게 고민할 정도였는데 다행히 쉽게 해결이 되어 다행이다.
# 이렇게 몇 가지 집안의 하자들을 수리하다 보니 나도 새삼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같으면 그냥 엄마아빠한테 얘기하고 고쳐달라고만 했을 텐데 말이다. '내 집'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위의 사례들을 통해 유튜브만 있으면 웬만한 건 셀프로 수리할 수 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오히려 도전욕구가 들기도 하더라. 저런 간단한 수리 때문에 괜히 업자를 불러 불필요한 지출을 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 옛날에 내 친구가 자기가 산 집의 도배장판을 셀프로 했다고 한 적이 있다. 돈도 돈이지만 본인들이 직접 하면 더욱 소중하게 집을 사용할 것 같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 당시에는 왜 사서 저런 고생을 하나 했지만, 직접 집의 하나하나를 만들거나 고치게 되면 집에 대한 애착이 훨씬 커진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와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 아닌가. 내가 좀 더 소중하게 여기고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리고 셀프 수리가 생각보다 절대 어렵지 않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들기 때문에 집안에 수리할 게 있으면 한번 유튜브 등을 통해 수리법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이런 게 또 아재들한테는 새로운 재미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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