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노트북을 켜고 티스토리에 들어왔다. 마지막 글이 11월 말이었으니 3개월 만에 돌아온 나의 블로그이다.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는데, 날 잡아서 거슬리지 않는 정도로 광고게시를 줄여야 할 것 같다.
# 와이프가 둘째를 낳고 집에 돌아오면서부터 나의 하루는 오로지 아이들에게 맞춰지기 시작했다. 신생아인 둘째는 사실상 24시간 대기로 돌봐줘야했고, 첫째 역시 주중에는 어린이집에 있는 데다 이제 나름 혼자서도 잘 노니 그나마 손이 덜 갔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두살배기 꼬마에 불과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갈구했다. 힘들었냐고? 두 번은 못할 짓이다. 그나마 내 새끼니까 힘들어도 웃으면서 받아주지, 다른 집 아이였으면 절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좋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상황이 이러니 자연스레 운동이고 게임이고 독서고 글쓰기고 할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책 보는거야 첫째한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인 데다가 언제든지 멈출 수 있으니 이따금씩 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사실상 하기 불가능한 상태였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글쓰기는 가능했을 수도 있다. 독서와 비슷하게 언제든지 멈출 수 있지 않는가.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너무 피곤했기에 글쓰기보다 누워서 조금이라도 쉬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독서가 사랑스러운 점은 누워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잠드는데 특효약이기도 하고 말이다.) 체력적으로 너무 지치다 보니 굳이 시간을 내어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나의 블로그는 어느새 누구도 오지 않는 황량한 사막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내가 쓴 글들이 모래바람에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던 3개월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나는 2월부터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더라. 하필 회사에서도 새로운 보직에 배치되어 새롭게 업무를 배워야하는 상황이었다. (정말 다행인 점은 전임자가 고개만 돌려도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어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김 과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복직 후 바로 육아기 단축근무를 써서 4시에 퇴근할 수 있었지만, 집에 오는 즉시 육아출근 아닌가. 회사에서는 새로운 업무 적응하느라, 집에서는 끊임없는 아이들의 울음과 떼를 받아주느라 기진맥진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이 잠들면 나도 바로 잠들어버리고, 새벽에 두세번은 기본으로 깨야하는 정신없는 하루하루였다.
#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적응의 동물 아닌가. 나 역시 두 아이를 돌보는데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딴 생각(?)을 하는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적응했다기보다는 아이들이 자랐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나의 아빠로서의 성장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처음 든 딴생각은 책이었다. 나는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내가 독서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쉬는 시간에 게임보다 책에 먼저 손이 가니 말이다.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요즘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여유가 생기면 다양한 책을 읽어주고 있다.
#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두번째로 내가 든 딴생각이 다름 아닌 글쓰기이다. '글을 다시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처음 머릿속에서 번뜩일 때, 순간 나도 스스로가 의아했다. 3개월 전 1일 1글쓰기를 하고 있던 당시, 물론 글쓰기에 흥미도 있고 나름의 재미도 느끼고 있었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나에게 조금은 숙제 같은 활동이었다. 기본적으로 주중 '매일' 글을 쓴다는 목표를 설정했을 뿐 아니라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뜬금없이 그냥 글쓰기가 하고 싶다고? 한동안 숙제를 안 해도 돼서 좋았잖아? 감당할 수 있겠어? 하는 생각이 들더라.
# 그 결론이 이 글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그냥 노트북을 키고 다시 글을 써보는 것. 근데 일단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나는 왜 다시 글쓰기가 하고 싶었던 것인지 말이다. 내일 계속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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