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단상

오랜만에 만나는 눈 그리고 그걸 보는 나

by Manoh 2024. 11. 27.
반응형

 

세상이 눈으로 뒤덮였다. 아름다운 광경에 사진을 안찍을수가 없었던...



# 어제 저녁부터 안전안내문자로 그렇게 눈이 많이 온다고 설레발을 치던데, 웬일로 이번에는 설레발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새벽 간 폭설이 내렸더라.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는데 온 세상이 새하얘져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잠깐 감상에 젖기도 했다. 원래 겨울 초입에는 눈이 거의 안 오고 와도 싸라기눈처럼 조금 왔던 것 같은데 올해는 첫눈부터 살벌하게 내린 게 인상적이었다.

 

 

# 어렸을 때는 다들 눈을 좋아하지 않는가. 눈 내리는 것도 좋아하고, 눈이 쌓인 것도 좋아하고. 어릴적 한 6~7살 즈음에는 지금보다 훨씬 눈이 자주 왔던걸로 기억하는데, 눈이 오면 친구들끼리 놀이터에 모여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한 기억이 아직도 난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우리는 잘도 만나고 다녔다.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살고 있을지... 그러다가 나이를 먹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눈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운전하는 데도 불편하고, 옛날에는 전혀 신경 안 썼던 신발이나 바지에 눈이 묻어 젖는 것 역시 불편해진다. 군생활 때 눈 치우는 것뿐 아니라 회사 주차장에 눈이 쌓이면 또 직원들끼리 나가서 눈을 치우기도 하니, 하늘에서 내리는 똥가루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귀찮고 불편한 것이 되어버렸다. 나이가 먹어가며 슬프게도 눈이 주는 낭만은 잊어버리고 현실적인 부분만 신경 쓰이게 되는 것 같다.

 

 

# 함박눈으로 하얘진 세상을 잠에서 깬 아이에게도 보여줬다. 아이가 '우와~ 이쁘다'하면서 감탄하는 것을 보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또 막상 어린이집 버스에 태워주려고 같이 나오니까 눈을 밟는 걸 싫어하더라. 신발에 눈이 묻으니까 지지가 묻었다면서 닦아달라고 하는데, 누굴 닮아서 저렇게 깔끔을 떠는지 또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다.

 

 

# 아이를 보내주고 집에 오면서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는 눈이 내리면 그저 좋아서 미친개마냥 바깥을 뛰어다녔다. 20대 때는 눈 오면 '아으 귀찮아' 하면서 우산을 쓰고, 신발이나 바지가 더러워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걸어 다녔다. 이제 아이가 생기고 나니 내 생각보다는 아이에게 눈을 보여주고 만지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다. 똑같은 자연현상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계속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싫다는 게 아니라 반대로 정말 재밌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또 둘째가 집에 오고, 또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크게 되면, 그때 나는 내리는 눈을 보며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건, 쌓인 눈을 볼때마다 뭔가 특별한 감상에 젖게 된다는 것이다. 비도 나름의 바이브가 있지만 눈만큼은 아니다. 그래서 올해는 눈이 좀 많이 왔으면 좋겠다. 올 겨울 우리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눈도 자주 와서 우리 가족과 함께 특별한 감상을 느껴보는 시간이 더 많아지길 기원해 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