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블완 챌린지도 이제 종착을 향하고 있다. 원래도 1일 1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던 내게 오블완 챌린지가 처음에는 크게 어렵지 않아 보였던 게 사실이었다. 챌린지 없이도 1주일에 5번은 글을 쓰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주말 이틀만 추가로 글을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주중도 아니고 주말이니까 그 정도 시간은 확보할 만하겠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블완 챌린지의 마지막 주말을 보내고 있는 지금,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 일주일 간 기존 5개에서 2개의 글을 더 쓰는 것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문제는 글감이었다. 떠오르는 주제와 글감이 무궁무진하게 떠오른다면 주말에 잠깐 짬 내서 글을 쓰는 것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 내가 글을 쓰는 스타일이 어떤가 하면, 주중에 글감이 금세 떠오르면 그날그날 바로 글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글감을 정하면 어떤 글을 쓸지 며칠간 머릿속에서 나름의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가닥이 잡히면 쓰기 시작하지만, 가닥이 안 잡히면 몇 주간이라도 계속 생각을 이어나간다.
# 최근에는 소설 백야행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싶은데 계속 머릿속에서 글의 뼈대에 대한 갈피가 제대로 안 잡혀 아직도 글을 시작 못하고 있다. 소설은 다 읽은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가는데 말이다. 이제 소설 내용을 까먹을까 봐 걱정이 될 상황이다. 하지만 이 책을 너무나도 재밌게 읽었던 만큼 독후감이 내가 의도한 대로 잘 안 써지면 후회가 남을까 봐 계속 생각 중이다. 책은 도서관에 가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고.
# 솔직히 이렇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게 그다지 효율적인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컴퓨터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의외로 잘 써지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 달리 요즘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머릿속에 이미 뼈대가 완성이 되어있어야 뭔가 의도한 바가 잘 표현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일단은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중이다.
# 이렇게 글쓰기를 위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나에게는 주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글을 쓸지 주제를 미리 생각해보기도 하고, 쓰려는 글에 대해서 브레인스토밍하기에도 좋다. 근데 주말에 이런 여유 없이 또 하나의 글감을 정하고 글을 써야 하다 보니 글에 성의가 없어지는 게 스스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무성의가 주중까지도 이어지는 것 같더라. 평소면은 좀 더 신중하게 글을 쓰며 퇴고도 길게 하고 마무리를 했을 텐데 뭔가 후루룩 대충 글을 마무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 완성하고 나서도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 변명 같기도 하지만, 솔직히 나의 현재 상황도 간과할 수는 없다. 지난주 우리 와이프가 출산하면서 나 혼자 아이를 돌봄과 동시에 와이프도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단 수술 이후에는 일단 장모님이 와이프를 며칠 챙겨주시기도 했고 와이프도 둘째 출산이라 그런지 혼자서 씩씩하게 잘 지내주긴 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내가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주중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조리원에 가서 와이프를 챙겨주고, 주말에는 할아버지 집에 가서 같이 아이를 돌보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주중에도 쉬이 시간이 나지가 않았으며 할아버지 집에 가면 컴퓨터가 없으니 글을 쓸 시간을 만드는 게 거의 힘들었다. 아마 이 정도로 정신없지 않았으면 그래도 주말에 글 쓸 시간이 더러 났을 것 같은데 하필 이 타이밍에 오블완 챌린지가 시작되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 그래도 이번 주말이 마지막 주말이고, 이제 다음 주부터는 다시 1주일에 5일씩, 주중 1일 1글쓰기를 하려 한다. 7일 내내 글쓰기를 하려니 그냥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가 되는 것 같아서 그다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글 쓰는 시간을 좀 더 갖고, 또 주말에는 진짜 내가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미리 생각하면서 여유롭게 글을 쓰던 때로 다시 돌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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