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생 모두에게 빅뱅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가수이다. 이 말에 반박할 수 있는 한국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본인이 빅뱅을 좋아했든 안 했든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빅뱅은 음악, 패션, 예능 등 모든 부문에서 최정상급이었다. 남자들에게도 빅뱅은 여타 아이돌과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노래방뿐 아니라 수련회나 장기자랑 시간에 동방신기 노래는 안 나와도 빅뱅 노래는 단골로 나왔다. 또 패션은 어떤가. 하이탑은 기본이요, 팔토시나 스냅백 등(심지어 무슨 이상한 가로줄 플라스틱 선글라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오그라들지만 그 당시에는 빅뱅이 뭐 하나 입으면 곧 홍대에 온갖 카피캣들이 돌아다니던 시절이었다.
# 그 시절에 자란 나 역시 당연히 빅뱅을 좋아했다. 나이대도 나와 비슷했으니 뭔가 더 동질감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서서히 나이가 들고, 빅뱅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생기고, 또 나 역시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생기면서 빅뱅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지디가 컴백하고 노래를 듣기 시작하면서 다시 빅뱅에 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웃긴 게, 태양은 그전부터 계속 활동을 했고 나도 태양의 노래를 한 번씩 들었지만 지디의 컴백만큼 귀가 솔깃해지진 않더라. (그런 걸 생각하면 지디가 난놈은 난놈인 것 같다.) 어쨌든 지디의 노래를 들으며 '음, 괜찮네'라고 생각을 하던 찰나 지디가 MAMA에 출연했다는 기사를 보고 오랜만에 MAMA 무대를 검색해 봤다.
# MAMA 역시 우리 세대에게는 잊지 못할 시상식이다. 맨 처음에는 MKMF?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몇 번 이름이 바뀌더니 이제는 MAMA로 확정된 것 같더라. 쨌든 중고등학교 때의 나는 그 시상식을 생중계로 보며 재밌게 즐겼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MAMA에 나오는 가수들이 (사실상 다 아이돌이지만) 조금씩 내가 모르는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더라. 그런 것도 나이가 먹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겠다라는 조금은 슬픈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뭐 내가 억지로 요즘 아이돌 이름을 외우면서 굳이 MAMA를 챙겨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
# 그래서 실로 몇 년 만에 지디가 나오는 MAMA를 유튜브로 찾아보았다. 역시는 역시라고 아직도 지디의 간지는 여전하더라. 88년생이니 이제는 한국나이로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지디를 오랜만에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외모가 이정재를 닮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얄쌍한 이정재 느낌이랄까? 예전의 완전 소년 같은 모습은 조금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카리스마로 채워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디는 보면 춤추는 게 그냥 다르다. 태양과 Good Boy를 불렀을 때도 느꼈지만, 태양은 춤을 '잘' 춘다면 지디는 춤을 '간지나게' 춘다. 나는 춤에 문외한이니 그게 어떤 차이인지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지디의 춤을 보면 딱 그런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우리 또래 남자들이 그렇게 지디를 따라 하고 싶었던 걸 수도 있고.
# 지디의 솔로곡 이후에는 태양과 대성이 함께 나와 신곡 Home Sweet Home,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를 불렀다. 신곡도 나쁘지 않았지만 뒤의 두 곡은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곡답게 여전히 나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이제 와서 의미 없는 소리긴 하지만, 빅뱅에서 탑이 떠난 건 정말 뼈아픈 사건이었다. 막말로 승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없어도 아무런 상관도 없는 멤버였지만 탑은 그 목소리의 유니크함이 너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판타스틱 베이비를 들으면 탑의 목소리가 어디 나오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니 그런 멤버가 나간 건 참 아쉽긴 하다. (탑의 탈퇴 전후 행적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오겜 2에 나오는 걸로 그렇게 욕을 먹는 걸 보면 큰 잘못을 한 것 같기는 한다.) 쨌건 두 명의 멤버가 없어도 워낙 기본기가 탄탄하니 여전히 무대는 꽉 찬 느낌이었고, 내 옛날 생각도 나면서 재미있게 공연을 봤다.
# 이거는 좀 남사스러운 이야기이기는 한데, 오랜만에 지디를 보니 이마가 꽤나 넓어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워낙 염색도 많이 했었고 나이도 있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디가 나이 먹은 만큼 나도 나이가 먹은 거고, 우리 세대의 전성기가 이제 서서히 지나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 서글퍼지기도 하더라. 나중에 지디가 주름살이 생기고 지금처럼 격렬한 춤을 추지 못하게 되면 더 슬프겠다 하는 청승맞은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디는 아직도 지디다. 지금 어린 가수 중에 지디를 넘어설 포텐이 있는 가수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요즘 아이돌이나 노래를 잘 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나보다 훨씬 나이 많았던 사람들도 빅뱅과 지디는 알고있었다. 때문에 내가 아직도 넥스트 지디를 모른다는게 아직 넥스트 지디가 나오지 않아서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지디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돼도 나에게는 멋진 연예인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항상 그랬듯이 지디를 보면 나도 좀 더 성공하여 멋진 삶을 살아봐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으며 더욱 노력할 것이다. 지디가 내년, 내후년을 넘어 앞으로도 쭈욱 그 명성을 이어가면 좋겠다.
* 지디의 MAMA 무대 링크. 90년대생 아재라면 한번 보길 권한다. 옛날 생각이 나는, 아직도 멋지기만 한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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