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와 둘이서만 지내면서 이것저것 힘든 점들이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닥쳤다. 바로 양치질이다. 양치질시키기가 이정도로 힘들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매일 아침저녁마다 아이와 양치질로 최소 30분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엄마가 있을 때는 내가 아이와 같이 누워 아이가 나오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아이가 그걸 보는 사이에 엄마가 양치질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다. 그때는 별 소동 없이 매일같이 양치질을 잘했기 때문에 아이가 양치질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없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와이프가 둘째를 출산하고 나 혼자 양치질을 시키기 시작하면서 나는 양치질 방식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아무래도 내가 한 손으로는 동영상을 틀어주며 한 손으로만 양치질을 해줄 수는 없으니, 싱크대 위에서 아이의 양치질을 모두 마무리하고 같이 침대에서 아이의 동영상을 몇 개 보고 자기로 한 것이다.
# 첫날은 무난하게 잘했다. 아이도 싱크대에서 하는 양치질은 처음이라 거부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듣더라. 정말 뿌듯한 마음에 아이에게 무한칭찬도 해주고 와이프한테 자랑도 하며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부터 안 하겠다고 난리난리를 치는 것이다. 일단 싱크대 앞에 둔 의자에 올리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올리면 내려오고, 또 올리면 내려오면서 아빠의 화를 돋우더라. 올리고 나서도 문제는 이어진다. 입을 안 벌리질 않나, 물 흘릴까 봐 걸쳐둔 손수건도 다 빼버리질 않나, 입안 헹구라고 물을 주면 그냥 삼켜버리지를 않나... 양치를 다 끝내고 나니 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더라. 아이도 하도 울어서 눈가가 새빨개졌고 말이다.
# 그 이후로도 아이가 고분고분하게 양치질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또 한 번은 억지로 양치를 시키기도 했다. (정말 위험하니 억지로 시키지는 말자.) 하지만 다들 알겠지만 저렇게 강압적으로 하는 방식은 절대 아이들의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은 아래와 같은 방법들을 사용하며 최대한 아이의 협조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1. 양치질 안하면 입 안에 세균이 커져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득
2. 양치질은 반드시 해야 하는 거라고, 무조건 할 거라고 단호하게 전달
3. 양치질을 잘하고 나면 같이 아이가 나오는 동영상을 보자고 회유
4. (최후의 수단) 이렇게 계속 안 한다고 하면 아빠가 억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 아닌 협박
#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양치질하는 것에 수긍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영겁 같지만, 막상 수긍하고 나면 양치질 자체는 원활하게 해준다. 이걸 안 하면 오늘 나는 잠을 못 자거나 어린이집에 못 가겠구나 하고 느낌적으로 아는 것 같다. 아직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처음에 서로 싸우고 울고불고 난리쳤을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은 아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 한편 이번 양치질 전쟁을 하면서 나는 아직도 인간이 덜됐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나도 어렸을 때 양치하기를 싫어했는데 아이들은 또 얼마나 그게 싫겠는가. 아이가 양치질하기를 싫어할 때 아빠로서 내가 할 일은 화내고 짜증내는 게 아니라, 양치질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알려주며 아이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기다려도 양치질을 안 하면 억지로 시키는 한이 있어도, 최소한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할 필요는 없다. 괜히 아이가 양치질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더 남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나도 처음 이틀간 아이에게 화를 냈던 게 아직도 미안하고 후회가 막심하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아빠로서의 경험치가 쌓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아빠의 방식을 따라주는 아이에게 더 많이 고마워하고 더 많은 사랑을 쏟아부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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