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글을 쓰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생체리듬에 변화가 생겨서 시간 확보를 잘 못한 것인데... 다 변명이고, 오늘 2개의 글을 업로드하면서 채우려고 한다. 지금 나의 생체리듬의 변화는 저번 주말, 아이와 함께한 운동회로부터 시작된다.
# 부모가 되고 우리 가족은 대부분 시간을 셋이서 보내왔다. 다른 가족들은 또래 아이를 가진 부모들끼리 모여서 여행도 가고 캠핑도 가는 등 취미생활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렇게 외향적이지는 않아서 가족 '전부'가 다른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많지 않았다. (와이프가 '감사하게도' 아이를 데리고 다른 엄마들과 키즈카페 등에 놀러 가는 일은 많지만 말이다.)
# 그렇게 우리끼리 소소하게 노는 걸 좋아했던 우리 가족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조금씩 새로운 경험들을, 그니까 단체로 하게 되는 행사들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가 작년 크리스마스 행사였다. 어린이집에서 산타할아버지를 초대하여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선물도 주는 행사였다.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함께 가는 어린이집 행사였던 만큼 뜻깊고 재미있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아이는 산타할아버지가 무섭다고 울고불고했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 어린이집에서는 주기적으로 부모님과 함께하는 행사들을 만들어주었다. 공원 탐방 같은 소소한 것부터 가평에서 다 같이 물놀이하는 대형 행사까지. 행사 때마다 우리 부부는 될 수 있으면 빠지지 않고 함께 참가하여 아이가 심심하지 않게,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있어줬다.
# 그리고 저번 주말에는 우리 아이 생애 첫 운동회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얘가 머리를 잘 쓰는지, 혹은 몸을 잘 쓰는지 감이 대충 오지 않는가. 우리 아이는 몸을 잘 쓰는 아이는 아니다. 그래서 이번 운동회가 몸 쓰는 재미를 느껴보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꼭 참가하기로 했다. 심지어 와이프는 만삭이라서 집에서 쉬라고 했음에도 함께 참석하였다.
# 이번에도 어린이집 측은 이것저것 알차게 잘 준비를 해주셨더라. 부모님 혹은 아이만 참여하는 경기도 있었고, 가족 전체가 참가하는 경기도 있었는데, 문제는 아이가 아무것도 참여를 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2시간 정도 진행되는 동안 맨 마지막에 했던 공 넣기 경기만 참여하고 나머지 경기 때는 그냥 생떼만 부리더라. 내 앞에 떡하니 앉아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하질 않나, 집에 가겠다고 혼자 계속 도망가질 않나... 더 문제는 엄마아빠도 못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와이프는 만삭이라 나가지를 못하니 나라도 좀 나가서 상품도 타고 아이에게 동기부여도 해주고 싶었는데, 처음에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한번 경기에 나가니까 울고불고 생난리를 치더니 그다음부턴 절대 나한테서 떨어지려 하지는 않는 것이다.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경기에 나가서 흘린 땀보다 아이를 케어하면서 흘린 땀이 훨씬 많았다.
# 12시에 어찌어찌 운동회를 끝내고, 같이 설렁탕을 먹고 집에 오니 진짜 온몸이 쑤시더라. 당연히 아이도 그렇게 난리를 쳐댔으니 이미 넋이 나가있었고 말이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들어 거의 6시까지 4시간 넘게 잤던 것 같다. 문제는 원래 낮잠을 자도 길어야 1시간 자던 내가 4시간 넘게 잠을 자버리니 밤에 잠에 들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 이후로 지금 며칠 째 매일 1시 넘어서야 겨우 잠들고 다음날 7시 넘어서 일어나다가 낮에 또 낮잠을 한 2~3시간 자는, 이상한 생체리듬에 고통받고 있는 중이다. 원래 패턴이랑 너무 달라지니까 하루종일 머리가 아프고 몽롱한 느낌이 들더라. 어제도 그런 식으로 하루를 허비하다가 글쓰기도 놓쳐버린 것이다.
# 오늘 글의 목적이 어제 글을 못 쓴 이유에 대한 변명은 아니고, 아이의 이런 껌딱지적인(?) 성향에 대한 고민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그날 말씀하시길, 아이가 평소에 어린이집에 있을 때는 잘 노는데 오늘 부모님과 함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시더라. 평소에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키즈노트로 보내주시는 사진들만 봐도 평소에는 친구들과도 잘 놀고 이런저런 활동도 잘하는 것 같긴 하다. 그리고 주변을 보니 우리 아이 또래들(24개월 전후)은 우리 아이처럼 부모님한테만 붙어있는 경우가 더러 있긴 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가장 떼쓰는 게 심하고, 참여도도 가장 낮았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 아이의 이런 성향이 이번 운동회에서만 보인 것은 아니다. 평소에도 키즈카페나 놀이터 등 다른 아이들과 같이 노는 곳에 가면 뭘 함께 하려 하지 않고 혼자 놀려고만 한다. 혼자 미끄럼틀을 타고 놀다가 형누나들이 타려고 오면 그냥 자기 놀던 대로 계속 놀면 되는데(형누나들이 못 타게 막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굳이 그 형누나들을 못 타게 하려 하고 그게 안되면 자기가 그 미끄럼틀에서 나와서 혼자 놀 수 있는 곳에 가서 노는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24개월가량은 아직 또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시기라고도 하던데, 또 어떤 글에서는 부모가 사회적 활동을 많이 안 하면 아이의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하더라. 그런 얘기를 보니 우리가 항상 셋이서만 놀던 게 문제였나 싶기도 하고...
# 나는 아이가 가장 잘나야 된다거나 항상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꼭 친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지금처럼 함께하는 활동을 싫어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 새벽에 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꼭 아이의 이런 폐쇄적인(?) 성향에 대한 걱정이 들고 있다. 동생이 나오면 좀 달라지려나... 커가면서 자연스레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부모가 좀 더 많은 고민을 하면서 아이가 단체활동과 친구들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을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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