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2남 중 장남으로, 어렸을 때는 동생을 좀 못마땅해했다. 동생이 뭘 하면 다 철없는 행동 같았고, 부모님께 함부로 말하는 게 꼴 보기 싫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춘기 때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고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음에도 고작 몇 살 더 먹었다고 어른인 척 훈계하는 게 동생입장에선 얼마나 웃겼을까 싶기도 하다. 하여튼 그 당시에 동생의 철없는 행동도 맘에 안 들었지만, 그런 행동을 감싸주는 부모님도 미웠다. 내가 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그렇게 혼내더니 동생한테는 오냐오냐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그런 서운함을 토로하자 부모님은 '막내가 짠해서 항상 엄마아빠 마음이 아프다. 너도 동생한테 더 잘해줘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 그때는 그 말이 참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이해도 안 됐다. 내가 보기엔 동생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 있는데 뭐가 짠하다는 건지... 근데 내가 둘째를 갖고 나니 벌써부터 그 마음이 이해가 되는 것 같다.
# 첫째를 임신했을 때는 나랑 와이프 둘만 있었으니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도 여유가 있으니 태담도 많이 해주고 뱃속의 아기에게 하루동안 있었던 일이나 하고 싶은 얘기를 해주는 등 계속 옆에 붙어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임신기간 때부터 뭔가 첫째와의 유대가 많이 생겼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또 그 덕분인지 첫째는 갓난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아빠를 거부하거나 싫어한 적이 없었다. 아이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의 행복감은 정말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 하지만 둘째 때는 상황이 다르다. 아침에 출근하고 집에 오면 첫째가 나를 기다리고 있고, 아이를 한참 보고 밥 먹고 샤워하고 나면 나나 와이프나 녹초가 된다. 첫째를 재우면서 나도 같이 잠이 들어버리면 뱃속에 있는 둘째를 챙겨줄 시간이 도통 생기지가 않는다. 주말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첫째를 데리고 나가서 이것저것 같이 경험하고 놀고 집에 오면 온 가족이 지쳐 쓰러진다. 이래저래 피곤하고 정신없다는 핑계를 대다 보니 첫째를 임신했을 때처럼 둘째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던가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준다던가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불러가는 와이프의 배를 보면서 와이프도 안쓰러웠지만, 둘째도 안쓰러운 마음이 자주 들었다.
# 이번에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둘째에게 많이 신경써주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요즘은 첫째를 보내고 낮 시간에 동화책도 읽어주고 하면서 계속 옆에 붙어있는다. 당장 다음 달에 출산하는 마당에 많이 늦었다는 걸 알지만, 이 남은 시간이라도 둘째와 유대감을 쌓는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더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둘째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써 우리 둘째가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 부모님 뿐 아니라 주변에 둘째까지 있는 선배들 얘기를 들어봐도 첫째 때와 달리 둘째 때는 온전히 한 명에게 모든 관심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니 아무래도 첫째보다 둘째가 좀 짠한 마음이 든다고들 하더라. 나도 그 얘기가 무슨 말인지 이제는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이 왜 둘째를 그렇게 짠해하고 챙겨줬는지도 내가 아빠가 되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 된다.
# 아마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도 첫째가 같이 있다 보니 첫째 혼자 키울 때처럼 둘째에게만 온전한 관심을 쏟지는 못할 거고, 그래서 고민이 많다. 첫째 때는 첫째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면 됐지만 이제 둘이 되면 어떻게 사랑을 나눠줘야 할지, 어떻게 해야 둘이 서로를 질투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둘째에게도 정말 넘칠 만큼 많은 사랑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또 혹시나 첫째가 갖게 될지도 모를 상실감이나 질투심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등 걱정이 걱정의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 결국은 직접 부딪혀봐야 알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기는 하지만, 아이의 유년기는 한 번밖에 없고 또 워낙 정서와 두뇌발달에 중요한 시기 아닌가. 시행착오 없이 첫째 둘째 모두 잘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 육아라는 게 참, 해도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는 것 같다. 계속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우리 가족과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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