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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

[아빠육아] 아이의 최애가 된다는 것

by Manoh 2024.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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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는 요즘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한다. 그도 그럴것이 엄마가 둘째를 임신하다보니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서 아이와 놀아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와이프가 힘들기 때문에 내가 더욱 아이가 엄마를 찾지않도록 열심히 놀아주는 것도 있고. 와이프가 만삭이 되어갈수록 아이의 아빠에 대한 사랑은 계속해서 커져가고 있다. 누구보다 누구를 더 좋아하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아이가 나를 정말 많이 좋아하고 사랑한다는게 느껴질 때의 그 행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정말 뿌듯하기도 하고 말이다.

 

# 물론 좋은 점만 있다고 할 순 없다. 아이가 곧 동생이 태어난다는걸 직감적으로 아는건지, 아니면 그냥 커가는 과정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들어 부쩍 부모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나에 대한 집착이 정말 심해졌다. 아빠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싫다고 하고 (엄마 포함) 내가 퇴근하고 와서나 주말에는 계속 내가 옆에 있어야만 뭐를 한다.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미끄럼틀을 타거나 할때 나 없이 혼자서 노는거나 마찬가지임에도 무조건 나를 옆에 두고 노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려 일어나기만 해도 울기 시작하면서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날 다시 데려오려 한다. 아직 부모밖에 모르는 시기이기도 하고, 또 책 같은데서 보면 아이도 자기의 동생이 태어난다는 걸 개념적으로는 이해 못해도 직감적으로는 알기 때문에 불안하고 질투나는 시기다라고 본 기억이 있어서 최대한 아이의 비위를 맞춰주려고 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아이가 우는 소리며 나를 잡아끄는 힘이며 이래저래 데미지가 쌓이기는 하더라.

 

# 어제가 그게 폭발한 날이었던 것 같다. 퇴근하고 오자마자 안아달라더니 온 방을 돌아다니고,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장난감 문이나 공, 미끄럼틀, 그네 등 집에 있는 장난감이며 온갖 방들에 다 나를 데려가더니 옆에 나를 앉히고 노는 것이다. 차라리 책을 읽어주는 건 쉽다. 아이와 함께 앉아 같이 여러 권의 책을 보면 되니까. 그런데 잠깐 앉자마자 다시 일으켜서 다른데로 데려가고, 자기 힘들면 나한테 안아달라하고 하니 퇴근하자마자 온몸이 쑤시는 것이다.

 

# 밥 먹을때는 오죽했겠는가. 우리는 요즘 내가 먼저 밥을 먹고, 와이프가 밥을 먹으면서 내가 아이에게 밥을 주는 순서로 저녁식사를 한다. 그런데 내가 밥먹으러 간다고 하면서 일어나자마자 울며불며 난리를 치는 것이다. 평소에도 그러긴 하지만, 어제는 유독 더 심했다. 의자에 앉은 나한테 계속 올라오려 하지를 않나, 엄마가 겨우 설득해서 같이 놀아주다가도 순간 또 내 생각이 나는지 나한테 달려와서 또 울며불며 하질 않나, 내가 먹는 수저나 반찬들 가져가려 하지를 않나..  밥이 코로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 간신히 우리 가족의 저녁식사가 끝난 후에도 아이는 뭐가 그리 맘에 안들었는지 계속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빠들은 공감하겠지만, 아이들의 떼쓰는 소리도 처음에야 귀엽지 30분~1시간 넘게 그 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나도 퇴근하자마자 아이에게 계속 시달려왔으니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있는 상태였다. 결국은 계속되는 떼를 참지 못하고 아이를 앉혀서 혼을 내고 말았다. 아빠가 해달라는대로 다 해줬는데 이렇게 계속 떼쓰면 더는 같이 안있을거다 라고 하면서 아이를 밀어냈고, 당연히 아이가 다시 울고불고 시작해도 절대로 안아주지 않았다.

 

# 거의 30분을 실랑이했던 것 같다. 아이도 울다불다 지쳤는지 더는 아빠에게 안기려하지 않았고, 마침 잘 시간이 되어 아이를 데리고 침실에 갔다. 침실에서도 원래는 아이와 좀 꽁냥꽁냥하다가 잠들었는데, 기분도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다가 몸이 너무 피곤하여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들어버렸다. 어제 내가 글쓰기를 하지 못한 게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람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니까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더라. 오늘 한글날이기도 하니까 여유롭게 글을 2개 쓰면서 벌충하려고 한다.

 

#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감성으로 이 글을 쓰다보니 어제 나의 행동에 대한 반성도 되고, 특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비록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아빠가 너무 단호하게 거부를 하니까 마음의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된다. 오늘 쉬는 날이니만큼 아이를 더 많이 예뻐해주고 더 많은 사랑을 주려고 하지만, 앞으로도 특히 둘째가 나오고 나서도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걱정도 되기는 한다. 동생이 생겼다고 이제 자기는 사랑하지 않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 어쩌나...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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