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로 인수인계를 위한 서류정리 및 매뉴얼 작성까지 마쳤고, 직장동료들과의 인사도 잘 마치고 드휴직을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가 퇴근하려고 차를 타니까 '아 이제 몇 개월간은 여기 올일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 육아휴직이 한달 정도 남았을 때는 한달만 있으면 회사에 안가도 된다는 조금은 철없는 기대감에 들뜨기도 했다. 업무처리의 속도가 떨어지고, 대충대충 처리한 업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휴직이 한주 앞으로 다가오니 기대감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나를 더 사로잡기 시작했다. 내가 대충대충 처리한 게 혹시나 동료들에게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회사에 대한 걱정에서부터 줄어드는 수입은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와이프와 아이를 어떻게 케어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나타났다. 그래서 오늘 퇴근길이 마냥 신나기만 하지는 않았다.
# 휴직은 말 그대로 휴(休)직이지 퇴직이 아니다. 나는 몇개월 후 다시 돌아가야하고, 또 돌아가서 나의 일을 해내야 한다. 오늘 인사를 다니면서 참 많이 들은 말이 승진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굳이 승진을 하지 않아도 정년보장이 되고, 나도 그런 이유로 애당초 공기업을 지망했었다. 더 높은 직급으로 승진을 하기 위해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을 희생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또 공기업에서 일을 하다보니, '정년보장'이라는 장점이 오히려 나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하더라. 내가 굳이 이른바 '에이스'가 되지 않아도 무슨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짤리지 않으니, 굳이 공부하거나 발전해야 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 회사에는 소위 '폐급 과장'들이 참 많다. 승진을 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일하면서 조금만 귀찮은 일이 생기면 이래저래 삐대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직원들이다.) 뭐 그러기 위해 정년보장이 되는 공기업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아무 생각없이 막 다녀도 월급은 따박따박 들어오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난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 일도 잘하고 또 우리 가족도 잘 보살피는 사람이 되고싶다. '워라밸'이 'Work and Life Balance' 이지 Work를 아예 버리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휴직하면서도 직무 관련 공부를 조금씩은 하면서 감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하나의 기회로 만들려고 한다.
# 이렇게 회사의 일원으로서의 나를 완전히 놓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는 하지만, 결국 내가 육아휴직을 하는 이유는 '육아'를 위해서 아닌가. 이제 한동안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와이프와 아이들 케어가 나의 1순위가 될 것이다. 와이프나 나나 두 명의 아이를 돌본다는 건 처음 겪어보는거지만 첫 아이를 가졌을때 만큼의 막막함은 아니기 때문에 잘 해낼수 있을거라 믿는다. 나는 둘째도 둘째지만 첫째를 많이 신경쓰고 케어해주려고 한다. 첫째가 둘째한테 밀려서 사랑을 못 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둘째도 나의 소중한 동생이자 가족이라는 걸 느낄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려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겠다에 대한 거창한 계획까지 있는 건 아니지만, 첫째가 혼자 있을 때와의 동일한 사랑을 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말 많은 사랑을 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둘째를 갖고 낳느라 고생한 와이프도 챙겨주고. 우리 가족을 생각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힘을 받고 용기를 얻는 만큼 이번 기회에 나도 우리 가족에게 좋은 기운을 열심히 나눠주려 한다.
# 마지막으로, '직장인' 그리고 '가장'이 아닌 그냥 '나'에 대한 케어도 잊지 않으려 한다. 요즘 열심히 플레이 중인 게임도 하고, 투자공부에도 좀 더 집중하면서 내가 관심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 한다. 그래서 아마 휴직기간에도 나는 평소에 못지않게 바쁘게 지낼 것 같다. 휴직기간을 그냥 뒹굴거리고 쉬는 기간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맘편하게 휴직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정말 좋은 기회 아닌가. 누군가는 휴직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내게 주어진 이 고마운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알차게 보내보려 한다. 그리고 나의 성장과 발전을 이 블로그에 계속 올리고 싶다.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또 많은 아빠들을 응원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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