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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

[아빠육아] 오빠가 되어가는 첫째

by Manoh 202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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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 둘째가 건강하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첫째를 낳았을 때는 내가 와이프와 24시간 동안 함께 있으며 보호자 역할을 했지만 첫째가 있는 지금은 당장 첫째 어린이집 하원부터 챙겨야 한다. 와이프는 아직 회복실에 있었기 때문에, 막 태어난 아이 얼굴만 잠깐 보고 와이프 케어는 장모님께 맡긴 후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 가는 길은 난리도 아니었다. 하필 또 어린이집 가는 길에 뜬금없이 비가 와서 더욱 정신이 없었다. 둘째가 나와서 행복한 마음, 출산을 축하해 주는 지인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 와이프를 챙겨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 또 평소보다 오래 어린이집에 있는 첫째가 걱정되는 마음 등등 머릿속이 복잡해서 운전에 집중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무사히 어린이집에 가니 첫째가 눈이 빨개져서 내게 달려오더라. 엄마아빠가 늦게 와서 혼자 울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났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아이를 힘차게 안아 올려 씩씩하게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 우리는 출산 2~3일 전부터 첫째에게 미리 '며칠 후에 엄마가 둘째를 데리러 갈거야, 갔다가 다시 돌아올 거니까 그동안 아빠하고 같이 잘 있자'는 식으로 몇 번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아빠가 한 말을 정확하게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엄마가 한동안 없을 거라는 촉이 왔었던 것 같다. 뭔가 평소보다 좀 더 엄마한테 안기고 애교를 부리면서 꼭 엄마한테 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듯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내 추측일 뿐이지만 첫째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괜스레 마음이 짠하더라.

 

# 막상 집에 돌아왔을 때 첫째는 엄마가 없는 걸 보고 막 펑펑 울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전에도 엄마가 한 번씩 집에 늦게 오는 날이 있기도 했었고.) 하지만 '엄마 어디 갔어?' 하는 식으로 엄마를 찾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켠에서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울고불고 난리 치지 않고 의젓하게 엄마를 찾는 모습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기도 했고. 계속 얘기해 준 대로 엄마가 둘째를 데리러 가서 몇 밤 자고 온다고 얘기를 하니 다행히 크게 보채지 않고 놀기 시작했다.

 

# 잘 때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를 찾긴 해도 여전히 울지 않고 아빠랑 잠에 잘 들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점(?)은 아빠한테 정말 엄청나게 앵겼다는 점이다. 아빠의 손과 발을 다 끌고 와 자기 몸에 밀착시켜 놓고 잠에 드는데 그것도 조금 맘이 아팠다. 역시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엄마가 없으니까 혹시나 아빠도 없어질까 봐 자기 몸에 꼭 붙여서 잠에 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다음날 병원에서 엄마를 만났을 때도 의젓하게 엄마를 잘 안아주고, 그 이후에도 크게 엄마를 찾는다고 땡깡을 피우지 않아서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더라. 이제 오빠가 될 준비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첫째도 이제야 25개월인데, 아직 완전 애기 아닌가. 임신 초중반에는 동생 이야기만 해도 동생 싫다고 엄마 배를 밀치던 아이가 이제는 동생의 얼굴을 보면서 '동생 코 자~' 하며 웃음 짓는다. 첫째가 동생의 존재를 잘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앞으로 네 명이 될 우리 가족의 하루하루가 어떨지도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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