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들과 인생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소위 '그릇론'에 대해 종종 듣게 된다. 그릇론이 뭐냐면 사람마다 각자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을 타고난다는 것이다. 그게 돈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사람이나 배짱 또는 인성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같은 시련을 맞아도 누군가는 재기에 성공하고 누군가는 그대로 추락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때 성공한 사람은 '애당초 성공할 그릇이었다' 하고 손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소 결정론적이고 노력의 가치를 폄훼하는 듯한 논리지만 인생을 살다 보니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 나도 그릇론을 나름 믿는 편인데, 우연히 '부자의 그릇'이라는 솔깃한 제목을 보게 되었다. 요즘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은 도서관이나 밀리의 서재에서 제목 위주로 책을 가볍게 훑어본 다음 꽂히는 제목이 있으면 목차와 초반 몇 줄을 읽고 선택한다. 이번에도 제목에 꽂힌 나는 처음엔 흔한 자기계발서겠거니 하고 가볍게 책을 훑어봤는데,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소설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과 소설 같은 내용의 미스매치가 나의 흥미를 자극하여 읽게 되었다. 책이 그렇게 길지도 않았고 말이다.
# 이 책은 에이스케라는 주인공과 스스로를 '조커'라고 지칭하는 노인의 하룻밤 간의 대화를 내용로 하고 있다. 은행원이었던 에이스케는 우연한 기회로 베이카쿠라는 주먹밥집을 창업하여 처음에는 승승장구했으나,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도산까지 이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가족과의 사이도 소원해진 상태였다. 딸이 몸이 좋지 않아 입원까지 한 상태였으나, 에이스케는 업장에만 신경 쓰느라 가족을 거의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잃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조커'를 만나게 되었고, 그 대화를 통해 에이스케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나름의 반전도 있고 단순히 내용 전달의 수단으로써만 소설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소설 자체로의 매력도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나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을 높이 산다네.
실패란, 결단을 내린 사람만 얻을 수 있는 거니까.
# '부자의 그릇'에서 말하는 그릇은 그릇론의 그릇과 그 의미가 조금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그릇이라 함은 한 사람의 타고난 역량 혹은 배포?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릇론에서의 그릇은 결정론적이며 바꿀 수 없다. 자신의 타고난 그릇 그대로 삶이 흘러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에 '부자의 그릇'에서의 그릇은 노력을 통해 그 크기를 키울 수 있으며, 그 크기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이다.
돈은 일종의 에너지야. 열을 내뿜고 있지.
그런데 사람들마다 적합한 최적의 온도는 너무 달라.
# 이 책은 소설의 탈을 쓰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영감과 교훈을 주는 자기계발서다. 소설이라는 방식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더욱 쉽고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전달해 준다. 뭔가 응원을 받는 느낌도 나고. 나 역시 일하거나 투자를 할 때 잘되는 경우가 있고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두어 번 실패하면 그게 다시 손에 잡히질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커'의 말에 따르면 성공과 실패는 운도 작용하는 것이고, 운이 언제까지나 나쁜 사람은 없다. 때문에 실패해도 계속 도전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나의 그릇이 커진다는 것이다. 별말 아닌 것 같아도 내게는 울림이 있었던 구절이었다. 내용도 좋고 길이도 짧기 때문에, 한 번씩 삶에 의욕이 없고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날 때 또 읽으려 한다.
물론 때로는 크게 헛스윙을 할 때도 있을거야.
많은 사람은 바로 이 헛스윙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지.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배트를 많이 휘둘러야 볼을 맞힐 수 있다는걸 본능적으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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