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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독후감]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 에리카 라인

by Manoh 2024.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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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참으로 끌리지 않는가?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흐르는 시대에서는 이것저것 보는 거나 듣는 게 많아지다 보니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참 많아지는 것 같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 또 건강을 유지하거나,  투자로 돈을 잃지 않거나, 심지어 컴퓨터나 핸드폰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하는 것들도 많다. 유튜브를 보면 뭐 운동할 때 이거 모르면 헛수고, 투자할 때 반드시 체크해야만 하는 지표들, 인간관계에서 걸려야만 하는 말투 등과 같이 이걸 안 보면 당신은 인생 잘못 사는 거다, 무조건 외워둬야 한다는 식의 자극적인 썸네일로 정보를 강요하지 않는가. 이런 정보 과부하 시대에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만을 추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 이 책의 저자인 에리카 라인은 유명한 '미니멀리스트'라고 한다. '정리의 힘'의 저자인 곤도 마리에 같은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팔로워 좀 있는 인플루언서만 돼도 책 한두 권쯤은 기본으로 내던데, 최소한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류의 알맹이 없는 책은 아니었다. 책은 공간, 일, 가족, 소비, 시간, 인간관계 등 다양한 카테고리마다 중요한 것들을 체크하고 그것들에 집중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타 다른 자기계발서들이 그렇듯 뻔한 이야기들도 더러 있지만, 그 중간중간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이 몇 개 있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 먼저 가족관계, 특히 육아 관련된 내용이 있다. (저자가 육아 전문가인 것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부모가 되다 보니 이런 내용에 가장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요즘 시대가 바쁨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풍토가 생기면서, 육아에 있어서도 부모가 아이에게 모든 것들을 다 경험시켜 주고 제공해 줘야만 아이가 잘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도 조금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뜨끔했다. 주말마다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 나가고, 아이가 하기 싫어해도 아직 그 재미를 몰라서 그러는 것 같아 등 떠밀듯이 참여시킨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생각의 문제점이 '바쁘다'를 '더 낫다'와 동의어라고 가정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마치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을 예닐곱개 보내면서 '바쁘게' 하루를 보내도록 하는 것이 아이를 '더 낫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것도 안 시키면서 아이를 방치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또 무작정 경험이라는 핑계로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걸 강요하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되, 그 과정에서 억지로 강요해서는 안되며, 항상 부모가 함께하면서 혼자가 아닌 가족의 경험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또 장난감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우리 집도 아이가 자동차를 너무 좋아해서 장난감 자동차가 수십대는 있는데, 거기다 여기저기서 선물이라고 주는 장난감에다 어린이집에서 교구로 쓰는 장난감까지 가져오니 거실이 장난감으로 도배가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저자는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고 말하면서 장난감을 전부 다 널브러뜨리기보다는 평소에 아이가 거의 안 갖고 노는 장난감이 뭔지 관찰한 후 다른 곳에 치워놓고, 한 달 넘게 그 장난감을 찾지 않는다면 버리는 게 낫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 역시 한번 흥미가 사라진 장난감을 안 갖고 노는 경우가 꽤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많은 장난감들을 창고에 넣어둔 상태다. 가끔 아이가 다시 찾으면 꺼내주고. 둘째가 나오면 나중에 둘째가 또 갖고 놀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 버리지는 않고 있지만, 때가 되면 버릴 것들은 과감하게 버리려 한다.

 

 

# 거기에 내가 다른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추가해 보면, 자주 갖고 노는 장난감이나 책들도 한 번씩 교체해 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맨날 똑같은 장난감만 보이면 또 그것만 갖고 놀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씩 환경을 바꿔주는 셈 치고 다른 장난감들로 교체해주면 그전에는 안 갖고 놀았어도 갑자기 갖고 놀기도 한다더라. 우리 아이도 그런 적이 많고. 결론적으로, 놀이방에 장난감을 널브러뜨리지 말고 자주 갖고 노는 장난감 위주로 배치하되, 한 번씩 추가하는 게 아니라 교체해 주는 식으로 다른 장난감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 그리고 시간관리, 인간관계 파트에서도 좋은 내용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NO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였다. 저자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은 더 중요한 일에 '예'라고 말하는 것이라 생각하려고 무척 노력한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회사 업무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만나면 재미없고 지치기만 하는 인간관계를 쉽게 끊지 못해서 억지로 모임에 나가고 하는 경우가 나 역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참 쉽지 않은 게, 예를 들어 모임 인원이 5명인데 그중 1명이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 1명 때문에 나머지 4명까지 모두 'NO'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이처럼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경우에 저자는 생각의 전환을 제시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제할 수 없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는 걸 새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그들의 문제일 뿐이고, 그걸 받아들일지 무시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이다. 그들의 날카로운 말을 날카롭게만 듣지 말고, 흔들리는 갈대처럼 유연하게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무시할 건 무시하는 태도를 갖춰보기를 제시한다. 어떻게 보면 말만 번지르르한 대안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관계'는 생각보다 자주 생긴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껄끄러운 사람과 교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럴 때 단순히 내가 싫다고 어린아이처럼 투정 부릴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자기가 NO를 외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주저 말고 NO를 외치되, 본인이 주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유연함을 갖고 그 상황에 적응하는 태도도 필요한 것이다.

 

 

# 이외에도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 것, 물건의 구매 기준을 양보다 질로 정할 것, 사소한 일들을 한 번에 집중해서 처리하는 '파워 아워'를 만들 것과 같이 자신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미니멀리즘'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삶을 미니멀리즘화한다. 참 좋은 문장이라 생각한다. 정리를 잘하는 것이나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과 같이 어떤 특정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나의 삶 전반에 대해서 버릴 건 버리자는 태도를 갖는다는 게,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가. 나 역시 나의 하루 중 불필요한 것들이 뭐가 있는지 한 번씩 생각해 보고 미니멀리즘화 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자기가 생각이 많고 하루하루가 너무 번거롭고 복잡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마지막으로, (또 육아 관련 내용이지만) 저자가 제시한 화목한 가족을 위한 조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 '무슨 일이 있어라도'라는 말을 써라. ex)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널 사랑해.

- 배우자와 데이트를 계속하라

- 아이의 나이가 몇 살이든 책을 읽어주어라.

-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아라.

- 미안하다고 말하라(진심을 담아서)

- 가족에게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라. 기쁨에 찬 삶의 본보기를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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