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독후감]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 앙드레 코스톨라니

#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이 얼마나 멋진 문장인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라는 이름은 세계적으로 엄청 유명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한 번쯤 기사나 책에서 읽어봤을 이름이다. 저자가 태어난 해는 무려 1907년으로 1930년에 태어난 워렌 버핏보다도 투자 '짬'이 더 많았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1999년 이 책을 탈고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흔을 넘긴 나이로 타계하여 말 그래도 지금은 투자업계의 '레전드'가 된 인물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생전 모습. 고집스러움이 보인다.

 

# 책은 경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게 읽히는 정도의 난이도를 갖고 있다. 이론보다는 투자의 대가가 업계에 있으면서 경험한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에 대한 썰풀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증권시장 이야기까지 나오니, 얼마나 격동하는 시대 속에서 투자를 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옛날과 지금의 증권시장 간의 차이점도 엿볼 수 있고, 또 지금까지도 그 가치가 바래지지 않은 핵심적인 원칙들도 배울 수 있다. 책의 제목인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가 책 내용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문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돈에 대한 관심을 결코 천하거나 부끄러운 걸로 생각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갈망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이다.

'코스톨라니 투자총서' 시리즈로 총 3권이 있다.

 

# 다른 많은 투자대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저자 역시 스캘핑이나 데이 트레이딩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가치 있는 주식을 모두가 팔려고 할 때 사들이는 '신중한 투자자'가 되고 이후 모두가 사려고 할 때 '부화뇌동 투자자'에게 파는, 흐름에 역행하는 장기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순환 사이클을 이른바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고 비유한다.) 이런 걸 보면 투자에도 큰 줄기의 정답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단순한 걸 실천하지 못하고 계속 다른 쉬운 답은 없나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작성하다 보니 엊그제 작성한 자기계발서에 대한 생각과 비슷한 결론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건 코스톨라니가 기술적 분석은 거의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가 차트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사기꾼이라고 하면서 언급하는 인물 중 하나로 로버트 프레히터를 언급했는데, 기술적 분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엘리어트 파동 이론'을 정리하여 책을 발간한 대표적인 초기 기술적 분석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기술적 분석을 토대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톨라니의 이런 의견은 매우 흥미로웠다. 개인적인 생각을 끄적여 본다면, 나 역시 엘리어트 파동이론'만' 보고 기술적 분석을 하는 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파동을 카운트해 보면 후행적이고 자의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코스톨라니가 활동할 때보다 현재는 기술적 분석 관련한 이론이 많이 다양해지고 그 깊이와 신뢰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저 단순하게 사기로 치부할 정도의 분석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추후 기회가 되면 여기에 대해서도 글을 써보고 싶다.)

국내에도 번역된 로버트 프레히터의 책.

 

# 책의 마지막에는 투자에 대한 코스톨라니의 10가지 권고 사항과 10가지 금기 사항을 나열했는데,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소리 같지만 실제로 투자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절대 쉽게 실천하거나 자제하기 힘든 사항들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나중에 서점에서 이 책을 보게 되면 책을 사지 못하더라도 이 10+10가지 사항은 숙지해 보는 걸 추천한다. 특히 내가 마음에 깊이 새겨둔 몇 가지 사항들을 적어보면서 글을 마치겠다.

 

1. (권고) 인내심을 가져라. 모든 것이 당신의 생각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2. (권고) 유연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생각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라.

3. (권고) 자신의 주장이 옳더라도 겸손하라.

4. (금기) 손실을 다시 복구하려고 하지 마라.

5. (금기) 옛 시세에 연연하지 마라.

6. (금기) 주식을 사놓고 언젠가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그 주식을 잊고 지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