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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아재의 독후감]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by Manoh 202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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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 추천도서에 심심찮게 나타나서 구매하게 된 책이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생각보다 너무 얇아서 '이게 만이천원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최소한 돈이 아깝지 않은, 두께는 얇지만 마음을 깊게 울리는 내공이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책은 빌 펄롱이라는 한 아일랜드 남자의 크리스마스 시즌 약 3일 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랐지만 착실한 아내와 다섯의 딸을 이루고 화목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던 펄롱은 한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던 중 하나의 사소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고, 이때부터 마음 속에 생긴 무겁고 답답한 알수없는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금세 도달하게 되는 책의 결말까지 읽고 나니 펄롱의 선택에 대한 따뜻한 지지의 마음과 동시에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차가운 외면의 마음이 동시에 생기는, 내 맘속의 모순에 대해 바라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 일단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가 실제 있었던 곳이라는 것이 놀랐고, 심지어 교회와 국가의 지원을 받았다는 곳이라는 점도 놀랐다. 책 말미의 덧붙이는 말부터 시작해서 옮긴이의 글까지 꼭 읽어보길 바란다. 클레어 키건이라는 작가가 책 번역에 있어서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 좀 더 알려주니 말이다. 여튼 막달레나 세탁소로 대표되는, 우리 주변에도 있을 수 있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볼 수 있는 '사소한' 계기를 맞닥뜨릴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설이다.
 
# 요즘 고독사나 미혼모, 복지수혜 사각지대 문제 등 사회적 약자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뉴스 등을 통해 매일같이 접해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사회적 약자들이 어디 달동네나 고아원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우리 옆집일 수도 있고, 먼 친척일 수도 있으며, 길가다 마주치는 학생일 수도 있다. 나도 두 아이의 아빠이자 누군가의 아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실제로 내가 그런 상황을 목격했을 때 그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한 가장으로써 내 가족을 최우선으로 챙겨야지, 사정이 안타까워도 그들에게 도움을 줄 정도로 내가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 책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했다. 아마 소설 속의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이유로 본체만체 한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펄롱의 선택은 위대하게 느껴졌고, 나 역시 마냥 외면만 하는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책이 크지 않고 페이지도 13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아 집중해서 보면 한시간 정도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설, 아니 책이라는 것이 마냥 두껍고 길어야만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건 아니라는 걸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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