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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단상

책도 보고 영화도 봐라. 덜 좋은 것은 없다.

by Manoh 2024.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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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원래 소설 원작의 영화에 대한 감상평으로 시작됐으나,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적다보니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져 주제를 아예 선회했다. 내일은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쓰려 한다.

 

# 이동진 평론가가 침튜브에 나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책은 물과 같고 영화는 술과 같다고. 캬... 이 문장을 처음 들었을 때 머리가 띵해지더라. 나도 이 의견에 100% 동의한다. 책은 종이 위에 적히는 검은 활자만으로 모든 걸 표현한다. 다른 어떤 첨가요소도 들어갈 수 없다. 딱 물처럼. 하지만 영화는? 각본, 미장센, 연출, 편집, 음향, 연기 등 온갖 감미료를 통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소주, 맥주, 막걸리, 보드카, 고량주처럼 말이다.

 

# 우리 삶에 있어서 물이 필수적인 것 처럼 우리의 이성와 정신을 위해서 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 술은? 술이 우리 삶에 필수불가결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술만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의 영역도 반드시 있다. 우리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자리'를 할 때 물이 아닌 술을 마시는 것 처럼 책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걸 영화가 채워주는 것도 분명히 있다.

 

# <해리포터>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같은 90년대생은 해리포터 소설의 인기를 가장 강렬하게 체험한 세대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들>이 나왔다. 내 주변에 극성 해리포터 팬들은 번역본이 나오기도 전에 원서를 구해서 읽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고보니 요즘 해리포터 초판 양장본이 그렇게 비싸다고 하던데, 나도 몇 권 가지고 있다. 그리고 팔 생각은 없다. 그 책이 나에게는 일종의 호크룩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점엔 이미 해리포터가 영화화되어 열심히 개봉하고 있었고, 영화 역시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하며 더 많은 해리포터 팬을 만들었다.

 

# 해리포터 소설을 읽고 영화를 찾아보는 사람들도 있고, 해리포터 영화를 보고 소설을 찾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군가는 소설에 비해 영화는 너무 많은 부분을 잘라내서 소설만큼의 감동을 느낄수 없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영화의 생생한 현장감을 체험하고 나니 막상 소설은 별로 재미가 없다 느꼈다고 한다.

 

# 당연하게도 누가 옳고 그른건 없다. 취향 차이일 뿐이다. 근데 그 '취향 차이'가 어떤 차이인지 한 번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걸 추천한다. <반지의 제왕> 영화를 봤으면 원작 소설도 한번 읽어보자. <셜록 홈즈> 소설을 봤으면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나 영드 <셜록>도 한번 봐보자. 각자의 강렬한 매력이 있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다른 매체를 통해 깨닫기도 한다. 사람이 어떻게 물만 먹고 살고, 또 술만 먹고 살겠는가? 물 먹다가 술 마시면 행복하고, 또 술 먹다가 물 마시면 행복한 것 처럼 각자가 채워주지 못하는 걸 서로가 채워줄 수 있는 것이다.

 

# 개인적인 생각 하나만 첨언하자면, 요즘 유튜브를 보면 영화나 소설을 요약해서 해설해주는 영상이 참 많더라. 나는 이런 영상을 보는걸 추천하지 않는다. 뭐 독후감을 쓰려고 급하게 줄거리를 알아야 하는 케이스라면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자기가 어떤 영화나 소설을 볼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그런 요약영상을 보지 말고 어떻게는 시간을 내서 직접 보길 바란다. 요약영상을 통해서 스토리와 엔딩을 알 수는 있겠지만 그 작품이 진정으로 하고싶은 이야기를 알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람마다 같은 작품을 봐도 감동을 받는 부분이 다 다르다. 같은 작품을 봐도 누군가는 그걸 희극으로 보고 누군가는 비극으로 볼 수 있다. 특정 유튜버가 요약하는 이야기는 그저 그 사람의 관점에서의 요약이다. 본인이 그 작품을 알아보고 싶고 진정으로 궁금하다면 시간을 내서 꼭 직접 체험하길 바란다. 그것이 작가에 대한 기본적 예의이고, 스스로에게도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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