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자신있게 남녀 갈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전에 전쟁통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릇에 물 한잔 떠놓고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다. 언제고 자신의 '목숨'이 다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사랑은 부부를 만들고 가족을 만들었다. 지금의 집값 문제, 물가 문제가 문제긴 하지만 그게 저출산의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진 연좌제 비스무리한 남녀 갈등이 결혼을 막고 또 출산을 막고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내가 속한 8~90년대생들은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모습, 어머니의 집착, 또는 부모님의 잦은 싸움을 보고 자라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자신들이 어렸을 때 당했던 가정 내 차별, 가정폭력, 부모님 간의 싸움/이혼 등등 썰을 올리면서 성별 간의 싸움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한남이 어쩌구저쩌구, 여자들은 이래서 안된다 어쩌구저쩌구... 한 가정의 문제를 너무나도 손쉽게 성별 싸움으로 확대하여 물타기하고, 또 그걸 보는 백수들은 신나서 그 싸움에 기름을 붓는다. 결국 이런 싸움들이 기사에 나오고 뉴스에 나오고 하면서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결혼지옥'이나 '금쪽같은 내새끼'같은 프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 그런 프로그램의 의도와 달리 사람들은 그런 장면을 보며 '아 역시 결혼은 지옥이야, 아이를 갖는건 잘못된 선택이야' 라는 생각을 실제로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티비프로 하나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 내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 부부들, 그리고 많은 아이 있는 젊은 가족들이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삶이 행복하고 또 그 자체로 만족스럽기 때문에 이를 굳이 인터넷에 올리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 배우자와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으니까. 그런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저 SNS에 이걸 굳이 과시하지 않을 뿐이다.
# 높은 이혼율과 낮은 출산률의 시대에 나는 많은 비혼주의자들 그리고 딩크족들에게 한번쯤은 결혼과 아이에 대해 편견없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결혼을 잘하려면 좋은 상대방을 만나야하고, 출산을 하려면 여러 경제적/사회적 장애물들을 넘어야 한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티비에서 나오는 상황들만 보고 결혼과 출산에 대해 답정너식의 거부를 하는 것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 주변의 부부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솔직히 결혼을 후회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었어도 아이를 가진걸 후회한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자기 주변에 비혼주의자나 딩크족이 많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도 대화를 해보길 권한다. 실제로 대화를 해보고 옆에서 간접경험을 해보면 생각만큼 불행하고 힘들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도중 거실을 보니 아내와 아이가 함께 앉아서 타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 순간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결혼와 출산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누구와' 이걸 함께 하느냐가 중요한다.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다.) 순간의 생각으로 자기 인생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성급하게 닫아버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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