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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

[아빠육아] 아이가 컸다는 걸 느끼는 순간

by Manoh 2024.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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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침출근을 굉장히 일찍 하는 편이다. 새벽잠이 없는 타입이라 주로 4~5시에 일어나는데, 특히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는 집에 있는 것보다 사무실의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업무를 미리 정리하는게 여러모로 잘 맞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4~5시에 바로 출근하는 것은 아니고, 한 7시 전후로 출근하면 8시 전에 여유롭게 도착하여 업무도 정리하고 남는 시간에 책도 보고 한다.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시면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그 고요한 시간이 내게는 힐링타임이다.
 
# 아빠가 종달새라 그런지 우리 아이도 꽤나 종달새인 편이다.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새벽에 깰일 없겠구나.. 했지만 빠를때는 5시반부터 일어나서 놀기 시작했다. 다행히 나도 그 시간에는 주로 깨어있기 때문에 같이 놀아줬지만, 출근 전에 1시간 넘게 놀아주는게 지속되니까 체력적으로 힘든건 어쩔수가 없었다. 이제는 수면시간이 나름 잡혔으나 여전히 빠르면 7시도 전에 일어날 때가 있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수면시간이 줄어들면 성장에 안 좋을 수 있으니 왠만하다면 와이프가 다시 재우지만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다.
 
# 오늘 아침도 그런 아침이었다. 6시 반 정도에 슬슬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나서려고 했는데 방에서 아이의 울음소리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무시하고 바로 나갈수도 있었지만, 그럴수가 없더라. 문닫고 들어와 우는 아이를 안고 방에 들어가 다시 자라고 토닥토닥해주었는데 이미 잠이 깨버린듯이 쉬이 잠에 들지가 않았다. 옆에서 계속 뒤척거리니 와이프도 결국 깨서 아이를 데려가려 했지만 항상 아침 일찍은 아빠가 같이 놀아줘서 그런지 이 시간에는 특히나 엄마보다 아빠 옆에만 꼭 붙어있어서 떨어지려 하지를 않는다.
 
# 결국 다시 재우는건 포기하고, 아이에게 '아빠는 이제 출근해야해, 아빠한테 빠빠이 해줄래?'하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당연히 통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몇번 얘기해주고 그냥 나가야겠다 하고 생각한 순간, 아이가 '아빠 빠빠이~'를 하면서 너무나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마음으로는 아빠가 나가야하고, 또 나갈 것을 알기에 빠빠이를 해줬지만 아빠랑 놀지 못하는게 너무 슬퍼서 울었던 것 같다.
 
# 백프로 가지말라고 생떼를 부릴거라 생각했던 나는, 아이가 너무나도 슬프지만 나에게 작별인사를 해줬다는 것이 정말 기특하고, 너무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미칠듯이 맘이 아팠다. 눈물이 찔끔 나올정도였다. 그냥 휴가를 써버릴까하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임을 알기에 고맙고 슬픈 마음을 간직한 채 출근을 하였다. 출근길이 오늘따라 유달리 길었던 것 같다.
 
# 우리 아이가 많이 컸다는걸 느끼는 순간이 한번씩 있는데, 나에게는 오늘 아침의 이 사건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아이가 아빠가 출근하는게 자신이 원하는게 아님에도 아빠를 위해 그걸 참고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아직 만 2세도 안된 아이가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해줬다는 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무능에 슬프기도 했다. 내가 정말 능력이 있어 경제적 자유를 얻었으면 오늘 아침같은 날 아이와 즐겁게 놀아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좌절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나를 갉아먹을 뿐이기 때문에, 좌절하기보다는 더욱 나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고마운 우리 아이에게 좀 더 좋은 아빠, 같이 있어주는 아빠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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