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어린 친구들은 '전화 공포증'이라고 할 정도로 전화통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한다. 평소에 대부분 메신저나 SNS 등으로 소통하다 보니 실시간으로 목소리를 내어 소통해야 하는 통화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한창 다양한 상호작용 및 소통을 통해 사회성이 발달되는 시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활동을 거의 못했으니 이런 공포심이 더욱 심하다고 한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 하지만 카톡이나 문자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하게 있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떤 뉘앙스로 말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180도 다른 경우들이 있지 않은가. 그저 글자로만 이를 표현하면 구체적인 뉘앙스가 담기진 않으니 내가 진정으로 의도한 바가 전달이 안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내 진의를 오해할 수도 있다. 나 역시 평소에 친하지 않은 사람이나 배달기사님 등 한번 보고 말 사람과 소통하는 경우에는 비대면으로 하는 걸 더 선호하긴 한다. 대부분 명확한 목적이 있는 소통이고, 거기에 따로 감정이나 뉘앙스가 섞여야 할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 또는 친구들과 소통할 때는 반대로 전화통화를 선호한다. 목적이 있는 소통이 아니라 진짜 '소통다운 소통'이라고 생각해서,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속에 담긴 의미나 감정을 체크하여 공감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 나는 부모님께 살가운 아들은 아니지만, 내가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부모님께 전화를 자주 드린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창 자취할 때 매일 아침마다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고, 그때의 습관이 아직까지도 유지되면서 지금은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5번 이상은 통화를 한다. 요즘은 '집 전화'를 거의 안 쓰지 않는가. 그래서 아침마다 아빠 따로 엄마 따로 전화를 드렸었는데 재밌는 일도 많았다. 주로 부모님께서 다툰 이후에 서로를 욕하는 걸 듣는 재미였지만, 그래도 부부는 부부인 게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아빠가 먼저 엄마한테 꼭 전화 한 통 하라고 해주시고, 엄마도 아빠의 건강이 걱정되실 때면 나에게도 아빠한테 좀 얘기 좀 해보라고 부탁을 하신다. 전화 두 통해봐야 하루에 길어야 10분이지만, 그 10분의 시간 동안 목소리를 들으며 소통하는 덕분에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도 마음은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아이를 보여드릴 겸 영상통화를 많이 해드리는데, 매일같이 손주의 얼굴을 보니까 그 시간이 당신들의 유일한 낙이라고 하시며 매일같이 영상통화만 기다리신다. 확실히 손주가 나오니 자식은 뒷전이 된다는 말이 맞는 게, 이제 내가 그냥 안부차 전화를 걸면 왜 영상통화 안 하고 전화하냐고, 이따 손주랑 영상통화하라고 전화를 끊으신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바람과 달리 아이는 요즘 들어서 영상통화를 싫어하기 시작하고 있다. 영상통화를 하면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못 가고 폰 앞에 있어야 하니까 그게 짜증이 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억지로 폰 앞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라 요즘은 영상통화를 거의 못 해 드린다.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지만 아이에게 강요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 않는가. 부모님은 아쉬워할지 모르시겠지만 요즘은 영상통화가 아닌 그냥 안부전화 한 통으로 대화를 한다.
# 우리 부모님은, 특히 우리 아빠는 내가 이렇게 자주 전화를 하는 걸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셔서 틈만 나면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 자랑을 하고 다니시나 보다. 이렇게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데 내가 하루 10분 투자를 왜 안 하겠는가. 이 10분의 시간은 부모님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다. 부모님께 매일같이 전화드릴 수 있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하며 이 습관도 쭉 이어나갈 계획이다.
'오늘의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사랑하는 도서관 (3) | 2024.11.13 |
---|---|
내가 쓰는 헷갈리는 맞춤법 구별 방법 (0) | 2024.11.09 |
3달간의 1일 1글쓰기가 내게 준 변화들 (feat. 오블완 챌린지) (6) | 2024.11.05 |
아침형 인간이 생각하는 미라클 모닝 (1) | 2024.10.21 |
블로그에 재미를 붙이는 중 (8) | 2024.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