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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일기

[금주일기] 감기와 술은 '당연히' 상극이다

by Manoh 2024.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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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일기를 안 쓴 지 꽤나 오래됐다. 그 이유는 요즘 술을 잘 못 먹기 때문이다. 이게 오롯이 내 의지에 따른 거라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내가 지금 감기에 걸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감기는 내가 얼마나 알코올 의존도가 심한지 다시금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감기에 걸린 지는 2주가 넘어가는 것 같다. 나는 원래는 건강한 편이라 감기 자체에 잘 걸리지도 않고, 감기에 걸려도 길어야 일주일이면 낫는 체질이다. 그런데 이번 감기는 아이부터 시작해서 우리 가족 전부가 다 옮았는데 아직까지도 낫지 않은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 이번 감기는 목감기로 마른기침이 계속 나오는 증상이었다. 콧물이나 열은 없었기에 처음에는 별로 심한 건 아니구나, 그냥 잠깐 지나가고 말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대수롭게 않게 여겼다. 문제는 아무리 그래도 감기인데 병원에 가지는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따뜻한 차를 많이 마시거나 감기가 낫기 전까지는 몸을 따뜻하게 해 빨리 면역체계를 회복시켜야 함에도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다는 것이다. 아침마다 차가운 물을 마시고, 옷을 가볍게 입고 새벽 운동을 나갔으며, 가장 큰 문제는 '음주'를 했다는 것이다.

 

# 아마 감기 걸린 와중에 음주를 했다는 문장만 보고도 내가 답도 없는 알콜중독자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변명을 하자면 이전에도 나는 감기에 걸렸을 때 술을 마신 적이 있고 그때에도 큰 차이 없이 금방 나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생각 없이 마신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여러 번 마신 게 문제였다. 초기에 술을 안 마시고 잘 쉬었으면 금방 나았을 텐데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술을 마시니 감기가 더 심해지지는 않아도 계속 질질 끌면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요즘은 이틀 연달아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을 안 마시는 날을 만드는 걸 넘어서 하루 마시면 하루는 안 마시는 습관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감기에 걸린 후에도 '그래도 하루이틀 걸러서 한 번씩 마시니까 큰 문제 없겠지'하며 그냥 생각 없이 마신 게 결국 독이 된 것이다.

 

# 그래서 이번에는 나 자신을 정신차리게 하기 위해 감기와 술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열심히 찾아보았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감기 걸렸을 때 술의 악영향은 아래의 3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술은 염증을 일으킨다.

2. 술은 탈수를 유발한다.

3. 술은 약효를 저하시킨다.

 

나도 기본적으로 알고있는 이야기였지만 막연히 '아플 때 술 마시면 안 좋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이렇게 이러이러해서 안 좋다고 근거를 명확하게 보는 것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차이가 있더라.

 

# 지긋지긋한 기침도 끝내고 싶고, 더 심해져서 또 가족에게 옮기기 전에 이제는 빨리 나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번주는 술을 안 마시고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탈수를 유발하는 커피도 감기에 좋지 않다고 하여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전에 술을 마시면서 계속 염증을 일으켰던 탓인지 낫는 속도가 확실히 더딘 게 느껴진다. 이 얼마나 한심하고 멍청한 짓이었던가. 하여튼 지금 술을 안 마시는 건 내 의지가 아니라 오히려 내 멍청함에 의한 것이니 당연하게도 조금의 성취감도 없고, 다만 술을 며칠 안 마시다 보니 술 생각이 줄어든다는 느낌이 있기는 하다.

 

# 오늘의 일기는 내가 얼마나 바보같고 술에 의존하는지를 고백하는 자기반성문이다. 가벼운 감기가 걸려도 술은 마시지 않길 바란다. 나이가 들면서 확실히 몸이 예전 같지도 않고 하니 말이다. 앞으로 금주하면서 감기에서 잘 회복할 예정이고, 11월이 되면 한동안 완전 금주할 계획이다. 11월 중순에 출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항상 대비하고 있으려 한다. 금주기간이 길어지면서 또 어떤 생각이 들고, 어떤 욕구가 생기는지에 대해서 추후 기록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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