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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일기

[금주일기] 술을 안 먹는 날들

by Manoh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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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금주일기 이후로 술을 안 먹는 날들을 조금씩 만들고 있다. 지난주는 수, 금, 토, 일 4일을 먹었는데, 사실 4일 먹은 게 적게 먹은 거라고 보긴 힘들지만 일단 주중에 술 먹는 걸 어느정도 줄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그 전엔 거의 매일같이 마셨으니 말이다), 마실 때도 그 양을 계속 줄이고 있다. 이전에는 한번 마시면 기본이 맥주 한캔에 소주 한병이었는데, 이제 한번 먹을 때 소주 한병을 다 먹는 일은 거의 없다. 마셔봐야 소맥으로 한 반병? 확 바뀌고 있진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 격려하고 있다.

 

# 아직도 퇴근길에는 술 생각이 난다. 저녁을 먹을 때도 술 생각이 난다. 저녁을 다 먹어도 입이 심심하면서 술 생각이 난다. 이게 바로 중독의 증상이 아닌가. 그래도 최소한 나는 일단 이걸 자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술이나 담배는 중독성이 있고 끊기 시작하면 금단현상이 생기는 게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오늘부터 술을 안 먹어야지' 라고 결심한다고 그 날부터 바로 술 생각이 안 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 아닌가. 그리고 유명한 코끼리 이야기처럼 한번 술 생각이 나기 시작했을 때 술 생각 하지 말라고 스스로 얘기해봐야 반대로 술 생각만 더 날 뿐이다.

 

# 나도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술을 끊으려는 도중에 술 생각이 나면 이걸 회피하지말고 마주치라고 한다. '어, 내가 술 생각이 나는구나. 그런데 나는 지금 술을 끊으려고 하고 있잖아? 내가 오늘 반드시 술을 먹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그냥 단순한 금단현상으로 나오는 술 생각 아닐까? 그렇다면 오늘은 마시지 말아보자. 오늘 잘 참아보고 내일도 정말 못 참겠으면 내일은 한번 생각해보자.'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일단 오늘은 먹지 말아보자는 결론을 내려고 한다. 장담하는데, 그냥 술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 훨씬 술을 안 먹는데 도움이 된다.

 

# 지난주에도 이런 식으로 주중에 술 먹는걸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지금 내 목표는 하루에 한잔씩 7일을 먹는게 아니라 술을 안 먹는 날들을 늘려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비록 4일이나 술을 먹긴 했어도 주중에 술을 아예 안 먹는 날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내일 또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또 만약 내일도 정말 먹고 싶으면 그때는 한번 먹던지 하자는 식으로 스스로에게 당근과 채찍을 주면서 술을 안 마시는 날들을 만든 것이다.

 

# 여기까지 글을 쓰고보니, 술을 안 먹는 사람들이 내 글을 보면 '진짜 문제가 심각하구나, 무슨 술 안 먹을라고 저렇게 오버를 하냐'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현재의 내 상태가 절대 정상적인 상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만일 단 한명이라도 나처럼 술에 대한 고민이 깊은 사람이 내 글을 보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나도 저렇게라도 조금씩 줄여봐야겠다'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금주일기는 공개적으로 올리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이번주는 화요일 하루 술을 마셨다. 이번주에 아이 생일이 있어 가족들을 만나는 일이 많아 술도 좀 먹을것 같은데, 그래서 가족들을 보지 않는 날에는 술을 안 마시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처럼 술을 안 먹는 날들을 차곡차곡 쌓아 저녁만 되면 무의식적으로 술 생각이 나는 상태를 개선해보려 한다.

 

# 알코올의존증이 있는지 쉽게 자가진단 해보는 사이트가 있어서 링크를 공유해본다. 혹시 나도 의존증인지 걱정되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진단해보시길. (일단 본인이 의존증인지 걱정된다면, 술을 줄여야하는 단계이긴 하다.)

 

# 국립부곡병원 알코올의존증 자가진단 페이지: https://bgnmh.go.kr/checkmehealme/selftest/alcTest3.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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