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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일기

[금주일기] 술을 줄이기 위한 자기선언

by Manoh 202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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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술을 참 좋아한다. 20살 이후로 술을 한번도 안마신 주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아한다. 20대 때는 친구들과 만나 같이 놀면서 마시는게 좋았지만 30대가 가까워지며 혼술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결혼 후에는 거의 혼술을 한다. 혼술을 좋아하게 된 게 친구들과 시간잡고 장소잡고 나가고 하는 것들이 번거로워서였는데, 큰 단점이 술을 너무 빨리 먹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를 갖게 된 이후로는 저녁에 반주삼아 혼술을 하고 있으면 아이가 옆에서 계속 놀아달라고 보채서 거의 30분에 한 병을 후딱 먹고 놀아주는 식으로 급하게 술을 먹는다.

 

# 또 하나의 문제는 요즘 거의 매일같이 술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주중에 한번, 주말에 한번? 정도로 나름 적당히 마셨던거 같다. 아이를 낳고 초반에는 육아때문에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지만, 애기가 돌 지나고 나서부터였을까? 저녁시간에 여유가 좀 생기기 시작했고 반주로 한 잔씩 하기 시작하면서 술 마시는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스트레스가 많아서인지 매일같이 술 생각이 나기 시작하고, 또 순간의 욕구를 끊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매일같이 술을 먹기 시작한지가 이제 한 반년정도 되는 것 같다.

 

# 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안한건 아니다. 한번에 술을 딱 끊는 시도는 하도 많이 실패해서 이제는 하루는 걸러서 마시기, 일주일에 두번씩 마시기, 주말에만 마시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줄이려고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다 실패했지만 그래도 계속 시도하면서 이전처럼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있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내가 알코올 의존증이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하고 집가는 길에 당연하다는 듯이 오늘 저녁은 어떤 술을 먹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 이젠 더 이상 현실을 회피할 수 없는 단계에 온 것 같다. 실패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술을 줄이다가, 술에 대한 생각이 없어지면 금주까지 할 수 있도록 서서히 나를 바꾸고 싶다. 내가 진짜로 술을 끊게 된다면 그건 아마 내 인생 가장 큰 성취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많이 실패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 다짐을 나 자신에게 선언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이 글을 보면서 진짜 고생했다 하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

 

# 그래서 앞으로 1~2주에 한번씩은 금주일기를 쓰려고 한다. 한주간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술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기록해볼 예정이다. 실패해도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여 결국은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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