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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단상

마음 정리에는 방 정리가 최고

by Manoh 2024.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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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10월 1일, 근로자의 날이자 24년 4분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새벽의 찬바람을 맞으니 이제 진짜로 겨울이 오는구나, 그리고 둘째를 만날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레 방 정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어제 책상정리를 위해 모니터암을 설치하기도 했고, 둘째가 나오면 짐도 더 많아질테니 이래저래 방 정리가 필요한 시기였다.

 

# 나는 남자치고는 깔끔한 편이라 주변 정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사무실에서도 책상 위에 쓸데없는 서류나 잡동사니를 올려놓지 않으려고 하고, 내 방도 주기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를 한다. 내가 방 정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 정리를 하면서 내 마음 속의 번뇌? 잡념도 정리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하고 한 집안의 가장이 된 후에 이런 목적의 방 정리를 자주 하게되는 것 같다. 많은 아빠들이 공감하겠지만 우리도 가장이 처음 보는 것 아닌가. 집 안팎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갈등의 대부분은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것 들이다. 슈퍼맨처럼 뭐든 척척 해내고 싶지만 실제로는 내 맘대로 되지 않은 것이 태반이지 않는가. 이렇게 골치아픈 상황에 있을 때면 머릿속이 뿌예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이럴 때 방 정리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방 정리를 하면서 문제에 대한 묘수가 파바박하고 떠오르면 정말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는 없다. 애당초 내가 방 정리를 하는 것이 그런 효과를 바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방 정리는 백 퍼센트 내가 혼자서 해나가는 일이고, 내가 하는 것이 곧 정답인 일 아닌가. 방 정리에는 실패도 없고 좌절도 없다. 방을 정리하는 모든 과정은 나의 결정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그 결정들은 깨끗하고 정돈된 방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된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오롯이 나의 노력으로 '방 정리'라는 성공 경험을 만들면 그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붙고 지금 내게 닥친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더라.

 

# 오늘의 방 정리도 이런 마음에서 시작됐다. 이제 둘째가 태어나면 체력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또 가족 내외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가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만큼 걱정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가족 구성원이 하나 더 생기는 만큼 나에게는 더 큰 책임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내가 원하는 대로 방 정리를 한 것 처럼 인생도 내 맘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삶이 그러지는 않을 거란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올 한해 우리 가족 앞에 생기는 여러 일들에 내가 가장으로 책임감을 갖고 잘 이끌어가겠다. 힘들 때는 내 방 정리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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