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만 지나면 드디어 추석 연휴의 시작이다. 올 추석은 월화수 깔끔하게 배치되어있어 목금 휴가를 내면 장장 9일을 연속으로 쉴 수 있고, 이걸 절대 참지 못하는 나는 목금 휴가를 내버렸다. 정확하게는 금요일에 건강검진이 예약되어 있어 겸사겸사 목요일도 휴가를 내버린건데, 흔쾌히 잘 쉬고 오라고 얘기해주는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 하지만 부모라면 공감하겠지만 추석 연휴는 체력적으로는 오히려 더 힘든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시골이 전라도에 있어 연휴 때 지옥같은 고속도로에서 몇 시간을 운전하며 내려갔다. 심지어 어떤 해에는 차가 너무 막혀서 중간에 대전 즈음에서 하룻밤 자고 마저 내려간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그 먼 길을 그렇게 왔다갔다하셨는지, 시골에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다 빠지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지금은 다들 서울에 계셔서 오가는데 큰 부담은 없지만, 어쨌거나 한번 왔다갔다 할때 짐 챙기고 애기 챙기고 하다보면 집에 돌아올 때 녹초가 된다.
# 거기다 연휴때는 어린이집도 쉬지 않는가.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와이프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전담하여 첫째와 놀아줘야 한다. 정말 재밌고 정말 행복하지만 정말 힘들기도 하다. 5일 내내 아이와 꼭 붙어있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내 체력이 잘 버텨줘야 하는데, 혹시나 내가 힘들다고 아이한테 짜증내거나 하면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들이 이번 추석 연휴에도 부모님 챙기랴, 아이 챙기랴 고군분투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일도 있을테고, 서로 간에 화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몸이 힘들면 자연스럽게 짜증이 늘지만 서로 고생하는 사람들끼리 얼굴 붉히지 말고 좋은 말만 많이 해주는 시간이 되었음 좋겠다. 나부터 임신한다고 많이 힘들 와이프를 더 배려하고 더 챙겨주는 시간으로 채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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