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지 않는 매매'... 저 여섯 글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는 몇년째 고생하고 있다. 내 첫 투자는 20년 말, 1 ETH를 사면서 시작했다. 그 당시 업비트 기준 가격은 85만원 정도였다. 21년도의 미친 코인 광풍이 불기 살짝 이전에 친구의 말을 듣고 재미삼아 산 것이었다. 그 1 ETH는 1달만에 140만원 정도가 되었고, 나는 그때 깔끔하게 매도를 하여 한달만에 60만원을 벌게 되었다. 그 초심자의 행운이 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
# 21년도 코인 광풍이 일면서 당연하게 우리 회사에서도 코인 안 하면 바보라는 소리가 돌 정도로 모두가 코인을 했다.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흡연구역에서 몇몇 사람들이 이른바 '오늘의 경주마'를 픽하면서 10분 간의 무빙에 몇십, 몇백만원을 넣고 단타매매를 했다. 우리 회사의 누군가는 몇십억을 벌어서 퇴사를 했고, 인터넷에는 주기적으로 코인으로 대박난 사람들의 인증글이 나돌아다녔다. 나는 소위 말하는 '단타충'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10~20분 안에 답이 안 나오면 눈물을 머금고 손절한 단타충들이 차라리 나보다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 이 시기에 코인을 하고 또 물린 사람들이라면 모를수가 없는 22년도 '석가빔'을 나는 정면으로 맞았다. 그 시기 이미 나는 손실구간이었고, 그 당시엔 '어차피 4년 후 반감기가 오면 다시 고점을 갱신할 것이다, 무조건 존버한다'라는 무책임한 논리로 3~40%의 하락을 방관하였다.
# 24년도 현재, 반감기는 지난지 오래됐고 아직도 내가 가진 대부분의 코인은 손실구간이다. 천만다행히 BTC와 ETH는 수익 중이지만, 워낙 알트에 물린게 많기 때문에 총 평가손익은 마이너스이다. 2년 전 나의 선택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백번천번 후회한다고 말할 것이다.
# 결국 나의 패착은 '잃지 않는 매매'를 하지 못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더 큰 위험을 피하는 매매'를 하지 못한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성격을 장기투자에 적합한 성격이 아니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현재의 손실에 대해서 내가 크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대출을 받아서 투자를 한 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돈이 없어도 내가 사는데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손실을 모두 실현하게 되면 내 속은 너무나도 쓰릴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때 내가 한 건 장기투자가 아니라 무책임하고 게으른 투자에 불과하다.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가 깨지고 강한 하락이 나오면 일단 시장에서 나온 뒤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맞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태하게도 존버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저 방관했을 뿐이다.
# 이런 다소 부끄러운 나의 투자이력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공개비난이면서,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위해서이다. 지금의 나는 여유자금이 많지 않다. 즉, 현재의 손실중인 투자금을 어떻게는 똑똑하게 굴리면서 이득을 보는 투자를 해야하는 것이다. 내 계획은 연말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때까지도 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면 진짜 '눈물의 손절'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은 나의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그저 앞으로의 선택을 최선의 선택으로 이끄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최소한 앞으로 나의 선택은 잃지 않는 매매를 하는 것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열심히 채찍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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