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거라고, 특히 다른 분야도 아닌 '문학'에서 수상자가 나올거라고 그 누가 호언장담할 수 있었을까. 기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 언어를 살펴보면 영어/프랑스어/독일어 등 주로 영미와 유럽 쪽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쉽게 말해 서구권에서 대부분 수상을 한 것이다. 노벨상이 서구권에서 주는 상이니, 당연히 더욱 익숙한 문화권 쪽의 문학이 수상될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그나마 아시아 쪽에서는 일본과 중국에서 수상경력이 있긴 하지만 사용인구를 고려했을 때 한국어를 쓰는 작가의 수상은 그 의미가 더 남다르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문화의 힘'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인지... 땅덩어리도 좁고 사람도 적은 이 나라에 참 엄청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알려지자 교보문고나 밀리의 서재 주식이 급등하는 웃긴 상황도 있었지만, (재밌는 사실은 밀리의 서재에 한강 작가의 책이 아직 한권도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재밌는 뉴스는 하루이틀만에 한강 작가의 책들이 완판되어 전국적인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소설을 원어로 읽을 수 있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열풍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 혹자는 이런 현상을 보고 '옛날에는 한강 작가가 누군지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노벨문학상 수상했다고 갑자기 우르르 몰려다니는게 웃긴다. 또 책 사서 대충 보고 인스타에 자랑글이나 올리겠지' 하며 조롱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나는 그게 뭐가 잘못된건가 싶다. 성인 한명이 1년에 평균 책 한권도 안보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시기가 언제 있었을까? 그 목적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책을 찾고 서점에 가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인스타용으로 샀다가 실제로 그 책에 매혹되어 다른 작품도 읽어볼 수 있는 것이고, 막말로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 몇 페이지 읽고 접는다 해도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의 책이라고 모두가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중요한 건 이런 계기를 통해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인스타 허세든 뭐든 책을 보면서 서로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그게 더 큰 문화의 힘을 일구는 초석이 될 수도 있을거라는 것이다. 혹시 알겠는가. 어떤 학생이 이번 한강 작가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또 다른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소설을 쓰게 될지.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위선양은 기본이고, 국민들에게 책에 대한 잠깐의 관심이라도 주게 해준 것 말이다. 현생이 바쁘니까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 절대 핑계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책은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내면에 있는 기둥을 단단하게 해주고 뿌리를 깊게 만들어 주는게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독서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독서를 하면서 내가 성장한다는 느낌이 또렷하게 드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독서를 꾸준히 하려고 하고, 우리 아이들도 독서를 좋아할 수 있도록 옆에서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부모가 독서를 안하는데 자식들에게는 독서를 강요한다? 나였어도 안본다. 여튼 이렇게 독서에 대한 관심을 일으킨 것만으로 한강 작가는 대한민국의 누구도 쉽게 해내지 못한 스노우볼을 굴려준 것이다. 개인의 성취이자, 우리나라의 성취라고 할 만 한다.
# 나 역시 한강 작가에 대해서 이번 수상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애석하게 밀리의 서재에 한강 작가의 책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나는 지금 보고있는 책을 읽다가 추후에 한번 읽어볼 예정이다. 평소에는 경제경영/자기계발서 쪽에 좀 더 손이 가는 편인데 이번 기회로 나도 소설에 좀 더 흥미를 느껴볼수 있을 것 같아 나름 기대가 된다. 나중에 '채식주의자'를 읽고 독후감을 꼭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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